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말괄량이 삐삐(원제 Boken om Pippi Langstrump)

듀크유 2007. 2. 6. 00:48
전세계인들의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말괄량이 삐삐(원제 Boken om Pippi Langstrump)가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1945년 스웨덴 출신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이 발표한 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말괄량이 삐삐는 ABBA 등과 더불어 스웨덴을 대표하는 문화코드다. 이렇게 우리에게 TV 시리즈로 친숙한 말괄량이 삐삐가 스웨덴에서는 여권신장과 아동보호의 상징성을 갖는다.

세계 최고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그 명성에 걸맞게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가 잘 보장돼 있기로도 유명한 나라다. 2005년 5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남녀평등지수를 보면 조사대상 58개국 중 스웨덴이 1위를 차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웨덴 정부를 구성하는 22명의 장관 중 11명, 국회의원 중 47%가 여성이고 80%가 넘는 여성이 직업을 갖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16세까지양육비 일부가 지원되고, 학비 또한 무료다. 이러한 스웨덴의 양성평등과 아동보호의 이면에는 많은 정치적 사회적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에게잘 알려진 '말괄량이 삐삐'라는 소설도 큰 영향을 주었다.

삐삐는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려온 여성의 고정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캐릭터였다. 항상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여성적 캐릭터와는 달리 삐삐는 짝짝이 스타킹을 신고 다니고 얼굴을 뒤덮은 주근깨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른 여성 캐릭터처럼 수줍어하고, 조용하기보다 남자 아이들을 이끌고 모험을 즐기는 중성적인 캐릭터로 기존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성역할을 무너뜨린다. 한편 삐삐는 기존의 어린아이가 갖고 있던 성인에 종속된 이미지와는 달리 어른들과 싸워서 이기고, 어른들 앞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밝히는 어린이답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삐삐의 중성적이고 성숙한 어린이의 이미지가 스웨덴 여권신장과 아동권리 신장의 신호탄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말괄량이 삐삐와 린드그렌 여사를 기념하고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스웨덴 정부는 2002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제정하고 매년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 상의 상금은 자그마치 500만스웨덴크로나. 원화로 약 7억원에 달한다. 린드그렌상 상금이 세계문학상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고 하니 스웨덴 정부의 여성과 아동복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