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Italy

베네치아 ; 알프스넘어 베네치아를 가다.

듀크유 2006. 9. 30. 23:31

  M25를 지나 M11를 한참 가다보니 스텐스테드공항 long term주차장 안내표지가 나온다. 비교적 깔끔하게 정비된 안내표지란 생각이 든다. 넓은 주차장이 차로 가득차 보인다. 밖이 꽤나 춥다. 영국에는 오랜만에 불어 닦치는 한파다. 우린 3시경쯤 주차장 들어가서는 파킹한 채로 차에 한참이나 차내에 앉아 있었다. 너무 추운데다가 아직 비행출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였다. 넓은 주차장을 양 옆으로 셔틀버스가 바쁘게 정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버스에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때가되면 버스는 왔다가 가곤 한다. 셔틀버스 서너 대를 보내고 나서야 우리도 버스를 잡아탔다.

셔틀버스를 탄 후 10분쯤 되니 스텐스테드공항 터미널에 도착한다.

와~우~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다. 아마 다들 우리와 같이 새벽 비행을 위해 대기중인 사람들로 보였다. 기다리는 모습들이 정말 가관이었다. 침낭을 깔고 얌전히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고, 아예 이부자리를 깔고 안방처럼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고, 의자에 기대어 반쯤 누워 있는 사람.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자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빈다. 충청도 양반인 우리도 이런데서 격식을 따질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도 양반은 양반인지라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곳을 골라서 자리를 폈다. 우선 내가 입고 있던 파커점퍼를 쭉 깔았다. 아이들도 따라한다. 넓은 천장을 가진 방이 된다. 누워서 천장을 보니 이 터미널도 새로 건축된 건물인 듯 보인다. 천장이 철재 빔으로 넓게 연결된 뼈대(?)들이 좌우로 가로 지르고 있다. 아이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뭐가 그리 신나고 좋은지... 옆 사람에게 미안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행이란 게 그런 거 아닌가?. 그렇게 두어 시간을 아이들과 도란노란 이야기 하며 보내니 참 좋다. 노숙이라. 얼마 만에 해 보는 건가.

새벽 비행기 맨 처음 고객으로 비행기에 올라타는 아이들

 동트는 알프스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백설의 눈으로 덮힌 새벽녘의 알프스를 보았다. 유럽대륙의 절반을 남북으로 뚝 가르는 거대한 산맥이다. 흰구름 아래로 희끗희끗 펼쳐져 있는 눈덮힌 산은 정말 거대한 하느님의 선물인 듯 보인다. 매년 저 커다란 돌덩이들(?)에게 인류가 쏟아 붓는 돈이 얼마가 될까? 저 거대한 산이 창출하는 관광산업이 어마 어마 하다고 한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심지어 루마니아에 이르기 까지 엄청난 크기의 산맥군이다. 아직 가 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동경 해 오던 알프스다.

카메라를 크로즈업해서 조금이라도 가깝게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알프스 산맥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비행기 아래를 응시하며 나름대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기내방송은 베네치아에 다가 오고 있음을 알린다.

 라이언에어는 책인시 발부하는 티켓에 좌석을 지정해 주지 않는다. 먼저 앉는 자리가 내자리가 된다. 아이들을 동반하는 경우 일반승객보다 우선 기내에 탑승토록 하는 일종의 특혜가 주어진다. 은솔이는 비행기에 맨 처음에 오르고 맨 처음으로 내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 덕분이지만 텅 비어있는 비행기에서 좌석을 선점하는 특권이란 참 재미있기도 하다. 물론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해서 트랩이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내려오고 누구 보다도 앞서서 제일 먼저 내딛는 첫발의 느낌 또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