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1년이 넘도록 영어이름이 없이 한국이름을 고수해 왔다. 부모님이 물려준 이름... 게다가 일종의 민족적 자존심 이란 게 나의 마음속 저 밑 어디에 자리하고 있어서 일 꺼다. 그리고 또한 이네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데 발음 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 같기도 했고...
시간이 가면 갈 수 록 문제는 외국인들보다는 한국학생들과의 호칭에서 비롯되는 것을 느꼈다. 그저 “아저씨”라고 하기엔(왜냐 나도 학생이니깐) 나나 학생들이나 좀 어색함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다. 어떤학생은 과감히 형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고, 그럴때면 사실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오빠라고 하는 경우는 그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생활을 하면서 아저씨라는 호칭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저...저.. 저기요"라든가, “선생님”이라든가 호칭이 참 어색하기도 하고... 또 분명치도 않고... 답하는 나도 불편했다.
우선 우리집 아이들에게 공모를 했다. 아이들 학교 남학생들 이름을 모두 불러 보라고 했다 . 티뷰에 나오는 연예인, 뉴스앵커, 심지어 범죄자들 이름도 다 검색해 보았다. Chris....,점잖고 괜 찮았다.기독교명으로 Christopher를 애칭하여 Chris라고 부른단다. 그러고 보니 큰아이 피아노 선생님 이름이 Chris다.
다음날 학교에서 선생님(Ian)에게 영어 이름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면서 Chris로 불러달라고 주문하자, 그가 대뜸 준비나 했던 것처럼 이야기 하는 이름이 Duke다. Duck-kee를 Duke로 하라는 것이다. It's sound good! 그러나 내가 “넘 넘 높고 귀한 이름 아니냐?”고 했더니(왜냐하면 공작의 작위를 영국에서는 듀크라고 한다). 이탈리아 뭇솔리니 이름도 듀크였다고 한다. 그 날 이후로 학교에서 난 듀크가 됐다. 어차피 불리워지기 편하고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이름이 이름 아닌가 싶다. 나 스스로 공작님으로 불리워 지고 싶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그렇게 불러 주니 하는 수 없지 않은가... 난 Duk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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