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암이라는 정말로 엄청난 진단을 받아들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던 지난 몇 개월간의 일들이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 아버지는 퇴원하시고 다시 시골집으로 가셨다.
금년부터 회사에서 시행하는 정기건강검진에 가족 중 한 명이 추가된다는 소식에 나는 이참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종합검진을 같이 받기로 했다. 어머니 검진비용은 별도로 지불했다. 7월 12일 인하대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간의 여러 가지 상황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감사하며 전립선암 수술을 앞두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듯하여 이 글을 적는다.
이 글에서는 아버지의 전립선암 진단까지의 이야기는 생략하고 전립선 암 수술을 위한 입원과 퇴원까지의 과정을 일정별로 적어본다. 건강검진이후 인하대병원에서 수차례에 걸친 외래검진을 통하여 결국 전립선암이 진단되었다. 하지만 수술을 위한 병원을 서울아산병원으로 선택하였는데 이는 수술을 앞두고 형제들의 간병 등 다른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했고 서울아산병원이 우리나라 암수술분야에서는 독보적인 리딩병원이라는 판단도 들었다. 가능하면 큰 병은 큰 병원에 치료해야 할 것도 같았다. 또한 동서울버스터미널과 인접하여 형제들 누구나 접근성면에서 좋았고 여러면에서 아산병원이 적합했다.
<1일차>
14:30 아버지는 버스로 3시간 남짓한 거리의 시골에서 올라오셨고 나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입원수속하며 방 배정을 받는데 운이 좋았는지 아버지는 첫날부터 6인실에 배정되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신 아버지는 덤덤하신 표정이다. 그간 나도 전립선암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수술만 잘 되면 건강히 지낼 수 있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도 위안이 되셨는가 보다.
15:00 점심식사도 미루고 입원실에 들어갔는데 간호사는 만나자마자 ‘금식시작’이라고 선언하며 링거주사를 놓는다. 그리고는 커다란 수액 2통을 주면서 오늘 중으로 다 마시라고도 한다. 아마 속을 비우고 관장을 하기위한 준비인 듯 했다. 아버지는 쯥즐한듯한 수액을 수시로 마시더니 저녁 무렵부터는 속에서 기별이 온다며 몇 차례 대변을 보셨다.
19:00 막내가 병원엘 왔다. 마침 그때 레지던트가 수술에 대하여 개괄적인 설명을 하려던 참이었다. 막내와 함께 전립선암 수술과 회복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22:00 1차 관장을 했다.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한다고 한다.
24:00 관장을 위하여 수액을 계속 마셔야 하느냐고 물으니 이제 그만 드셔도 된다고 한다. 이후에도 아버지는 몇 차례 더 대변을 보신다고 일어나신다. 결국은 묽은 물만 나올 때까지 들락 거리셨다.
<2일차>
08:00 2차 관장을 했다. 둘째가 충주에서 11시경 도착했다.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는 우리보다도 더 담담하신 표정이다. 가끔 웃음도 보여 주시고... 동생이 오니 나도 많은 위안이 된다. 사실 동생들도 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가능하면 교대로 간병을 하는 일정을 잡아 놓았었다. 하지만 둘째는 굳이 수술 당일 날 아버지를 지켜보겠다고 하여 그러라 했다.
12:25 아버지는 수술실로 이동했다. 수술실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수술상황은 핸드폰 메시지를 통하여 알려주니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동생과 나는 날씨좋은 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병원 정원으로 나왔다.
12:36 수술 시작 메시지가 왔다.
12:51 수술실이라고 하면서 병원직원으로부터 전화다. 아버지가 부분마취로 수술중이라고 한다. 사실 전날까지 수술진은 마취의사와 전신마취냐 부분마취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30년전 폐질환으로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호흡기기를 쓰시는 분이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할 경우 회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걱정이 됐다. 부분마취의 가장 큰 단점이 수술중 환자의 의식이 있기 때문에 통증은 없지만 수술자체에 대한 두려움등으로 견디기 어렵다는 것임을 나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여튼 미리 예정되었던 수술시간이라서 그런지 이곳저곳으로부터 전화가 많이 온다.
14:41 수술종료 회복중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이후 동생과 나는 수술실 입구에서 한참을 대기했다. 아버지는 나오시면서 내가 알아보기도 전에 나를 먼저 알아보신다. 나의 이름을 부르며 웃으신다. 환한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16:10 입원실 입실 ; 아버지는 몸에 3개의 호스 주머니를 달고 나오셨다. 하나는 소변 줄, 둘은 수술부위의 액을 담아내는 줄이다. 간호사는 11시까지는 머리를 들어서도 안 되고 베개를 베서도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준다.
17:00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오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통증이 더 오기 전에 호흡기기를 하시겠다고 하신다. 미리미리 예방을 하는 모습이다.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니 통증약(1차)을 놓아주고는 주머니액(1차)을 별도의 용기에 덜어내고 그 양을 기록한다. 별도용기의 주머니액은 오물실에 버리고 오라고 한다.
17:30 테라마이신을 주며 소변 줄 주변에 하루 2~3회 발라 주라고 한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수술부위 꿰멘 곳과 소변 줄 이어 놓은 것을 보았다. 놀랬다.
17:40 수술집도의사 회진 ; 수술은 잘 됐다고 한다. 수술 중 피도 많이 흘리지 않아서 자가 수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는 아플 때 언제든지 이야기 하라고 한다. 아픔을 힘들게 참지 말라는 거다.
18:30 통증약 (2차) 통증약은 2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맞아야 한다고 한다.
20:45 통증약 (3차) 아버지의 경우는 처음엔 1시간 30분 그 다음엔 2시간, 또 그 다음엔 3시간 간격으로 맞으신 것 같다.
21:25 약간의 미열이 있다.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니 물수건을 적셔서 머리와 주변을 닦아 드리라고 한다.
23:10 베개를 베어 드리니 몸이 편해 지셨다고 하신다. 간호사가 항생제등과 가래 삭히는 약을 주사했다. 수혈은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자가 헌혈 해 놓은 것(800㎖)은 병원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가 보다. 아버지는 수술부위의 겉과 속이 모두 아프다고 하신다.
<3일차>
04:00 통증약 (4차)
06:30 동맥채혈, 몸무게 잼(수술전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음)
11:00 통증약 (5차) 이후는 이따금 통증약을 주사했다.
12:30 점심식사(죽) 다 드심. 다른 분들은 전신마취라서 그런지 식사가 늦으신 것 같았는데 아버지는 부분마취라 그런지 비교적 빨리 드셨다.
13:40 방귀 ; 방귀는 처음이 중요하다. 수술 받으신 다른 분들 모두의 제일 큰 관심사가 방귀를 언제 뀌느냐다. 같은 병실에 계신 분들 세분이 아버지보다 하루 먼저 수술하셨는데 아버지보다도 방귀를 늦게 뀌는 분이 계셨다. 아버지의 방귀 소식에 얼마나 부러워하시던지...
15:50 처음으로 침대에서 나와 걸어서 휴게실을 다녀오셨다.
17:10 간호사가 테라마이신을 1개 더 주고 갔다. 자주 발라 드리라는 의미인 것 같다.
16:30 저녁식사(죽) 조금 남기심.
<4일차>
06:40 수술부위 처음으로 소독
07:40 아침식사(밥) 다 드심
08:00 왼쪽 수술부위 액 호스 및 통 제거
<5일차>
06:40 수술부위 소독. 오른쪽 수술부위 액 호스 및 통 제거
11:00 대변 처음으로 보심 ; 첫 대변은 녹색으로 보아야 좋다고 한다. 아버지도 대변을 잘 보아 좋다고 하신다.
<6일차>
06:40 수술부위 소독. 이후 일상적인 간호
<7일차>
06:40 수술부위 소독. 이후 일상적인 간호
15:00 수술부위 조영(투시촬영) : 소변 줄에 조영제를 삽입하여 투시기법으로 수술부위를 촬영함. 소변 새는 곳 없고 수술이 잘 되어 내일 퇴원해도 좋겠다고 함.
16:40 소변 줄 제거 후 기저귀 채움. 2시간 이내에 소변 통에 소변을 보고 그 다음 소변시에는 간호사실에서 보라고 함.
18:10 소변 통에 소변을 봄. 소변통과 기저귀의 소변 량 기록
20:30 간호사실에서 소변 측정
<8일차>
06:40 수술부위 소독 및 실밥 제거
08:50 입원료 계산서 수령 및 2주후 외래 예약
09:10 입원료 납입
10:10 퇴원 후 복용하실 약 수령
11:30 퇴원 ; 퇴원 2주후에 외래진료. 이후에는 1개월 또는 2개월 간격으로 통원 치료 한다고 함.
두어 달 전 저도 처음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곳 카페를 찾아 실제 전립선암을 겪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다소나마 아픔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제가 쓰는 이글이 또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끝까지 읽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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