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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의 원래 이름은

듀크유 2009. 10. 26. 10:02



"'긴마루'를 뜻하는 영종(永宗)은, 활주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영종도의 원래 이름은
자연도(紫燕島),즉 '제비섬'인데 우리 조상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날쌘제비'라는 표현을 하였습니다. 영종도가 훗날 비행장이 될 것이라고
암시라도 하는 듯 영종도주변 땅이름에는 비행기와 관련된 이름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영종도 근처 '응도(鷹島)'는 '매섬'이라 불렸던 곳으로 '매'가 항공기를 뜻하는 듯 하고, 섬 안 운중동에는 '잔자리'가 있는데 잔자리는
'잠자리'를 뜻하는 듯 합니다. 뿐만이 아니라 섬 안 운서동의 '쇠파리(금숭=金)'는 '쇠로 된 파리'의 뜻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그냥
'파리'도 아니고, '쇠(金)파리'이니 이것은 그대로 항공기를 말하는 듯 합니다. 비행기는커녕 자동차도 없던 그 시절에 이미 비행장을 예고한
듯한 이름이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표지
 
ⓒ 이가서

이런 땅이름은 우리 땅 곳곳에서 셀 수도 없이 발견된다고. 책 속에서 저자의 발길 따라 함께 만난 땅이름들은, 급변하는 오늘날의 개발
속에서 유유히 그 '땅의 운명'과 함께하고 있었다. 훗날에 땅이 맞이할 운명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우리 조상들은 그 땅에 걸 맞는
이름을 붙여 불렀다. 아니, 조상들이 붙인 땅이름이 땅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일까?



성남시의 '모두만이'는 이름 그대로 '모두 많이 모일 것'을 예고하는 듯 분당아파트단지, 안양의 '들말' 역시 대단지 아파트촌이 되었다. 군포의
'궁안'은 '큰 마을을 안을' 이름이요. 부천의 '넘말'은 '인구가 크게 넘쳐날' 이름인데, 이름대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가 되었다. 사람살이에만 국한되랴. 울산 '가마골(부곡)'에는 엄청나게 큰 가마가 돌아가는 정유공장이, 광양 '쇠섬'에는 광양제철소가
들어섰다.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은 땅이름 따라 떠나는 기행이다. 단순한 땅이름 기행이 아닌 땅이름을 통하여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얼을 돌아보는 기행이랄
수 있는데 책 속에서 만나는 글 에는 '우리'것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소신이 그대로 녹아있다. 94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우리
땅 이름의 뿌리를 찾아서>이후 12년만이다.



저자로부터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그간'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94년에 책을 낸 이후에 사실은 많이 바빴습니다.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우리 것과 우리 땅이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6년간 강의를 하였습니다. 또한 좀 더 많은 지식축적의 필요성으로 땅이름을 찾아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녔고, 강의와
방송출연, 글 쓰는 틈틈이 고문서와 고지도 등, 고문서를 살피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우리 땅이름을 찾아 그 속에 스며있는 우리 조상들의 얼을 알아가는 것은,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마음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지요. 막상 땅이름을
찾아가서도 나이 드신 몇 분들로부터 땅이름의 유래를 듣는 것만을 가지고 '이렇다'고 결론짓는 것 역시 경솔하다고 생각합니다. 땅이름 하나를 두고
그 땅을 수없이 찾아가 몇 번이고 세세히 살피고 수많은 고지도와 수많은 고문서 등을 참고삼아 다시 살피기를 되풀이해야만 땅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얼과 지혜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때문일까? <배우리의 땅이름기행>에는, 우리땅이름과 함께 그간 우리가 걸어 온 역사적인 사건들까지 자세히 기록되어있고, 그간 우리가 흔하게
알아온 사실보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어서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맥'은 땅이름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서
이젠 여행이나 등산을 통하여 밟는 땅이 새삼스러울 것 같다.



땅이름을 찾아 떠나는 여행 틈틈이 흑백 사진들이 함께하고, 한 주제가 끝날 때마다 뒷장에 땅과 풍수와의 관계, 동물과 사물에 깃든 기(氣)사상을
동물별, 사물별로 따로 구분하여 정리해 실어서 이런 쪽의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의 계획은 어떻게 비롯되고
있을까? 저자로부터 이번 책의 의도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 땅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얼과 지혜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신세대들이
자주 가는 곳을 우선으로 삼았고,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는 흥미위주로 계획하였습니다. 지난해 복원된 청계천, 시대 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여의도, 용산, 말죽거리와 역삼동, 망우리와 필동, 관악산도 담았는데 북한산과 함께 많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관악산 곳곳에 얽힌 이야기를 비교적 자세히 넣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 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된다면 저자로서 더
이상의 보람이 없겠지요.""




그랬다. 책 속 1부에서 이들 땅에 얽힌 이야기를 여러 각도의 역사적인 전개와 함께 재미있게 만날 수 있었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뜻 '너나 가져라. 여의도?'에 대하여, 밤마다 게를 잡는 불빛으로 용산 팔경에 속했던 게 잡이 불빛이 최첨단 기계의 불빛으로
변해버린 용산 전자랜드까지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2부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좀 더 전국적으로 우리 땅을 찾아 나선 발품이며 이 역시
역사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바탕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많을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연유로 우리의 땅이름에 애정을 품기 시작하였을까? 저자는 원래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오죽하였으면 자신의 이름도
'우리'라고 개명하였을까? 이런 저자에게 딸 이름을 지어달라는 친구의 부탁이 들어왔고 '다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우리의 토착어들이 땅이름
곳곳에 스며있음을 비로소 보았다고. 이렇게 시작된 우리 것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지금 수많은 제자들 속에 스며들어 우리 땅 곳곳을 누비고 우리
조상들의 얼과 지혜를 찾아 삶의 표본을 삼는데 큰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책을 읽는 이에게 두 가지를 일러두고 싶다. 하나는 땅이름을 이리저리 곱씹으며 나름의 재미도
찾아가면서 이 땅에 깃든 풀 한포기라도 소중한 것임을 마음속에 새겨 달라는 것이다. 이 책이 우리 땅, 우리글, 우리 이름을 연구하며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소중한 것일수록 그 이름을 귀하게 대접하는 마음을 품었으면 하는 것이다. 땅도 사람과 같고, 사람도 땅과 같아서 그
이름을 귀하게 대접해야 귀한 사람이 되는 법이다. 특히 자녀들에게 그렇게 대해주길 노학자로서 당부하는 바이다.""- 책 머리글에서






'우리'것이 좋아 이름까지 '배우리'로
바꾸었습니다.

 

















 

ⓒ배우리


책을 읽는 동안 '배우리'라는 저자의 이름이 자꾸 맴돌았다. 책 속에서 만나는 우리 것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소신은 이름에서 비롯되고 있는
걸까? 땅이름에는, 그 땅이 걸어온 길은 물론 미래까지 예언하는 힘이 있어서 이름에 걸맞게 땅을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땅이름처럼 사람의
이름도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 것일까? 궁금함에 저자의 이름에 대하여 물어 보았더니 우리 것이 좋아 이름을 우리로 84년도에 개명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처럼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하면서 혼자만 알기에는 아까운 것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살 수 있는 자신은 무척 행복한
사람이라고.



-책 속에서 우리땅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우리 '토박어'가 사라진 것에 대하여 아쉬워하는 마음이
자주 엿보이는데?""


""우리 땅이름에는 우리 조상들의 얼과 지혜가 가득 배어있는데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하루 빨리 땅의 기운을 살려 줄 수
있는, 그 땅의 원래 이름을 찾아 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 땅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얼과 지혜의 뿌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상들이 붙여준
원초적인 이름, 즉 그 땅만의 고유 이름대신 한자로 표기된 이름으로 계속 전해지는 것은 그 땅속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소중한 정신적인 유산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바위하나에도 이름 붙이기를 귀하게 하였고 땅이름 하나에도 결코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내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고 물어보니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에게 맞추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우선 흥미를 느낄만한 땅(신도시)을 우선,
그러다보니 우리 조상들의 정서와 애환이 특히 더 많이 스며있는 곳을 담지 못했음이 아쉽다고 한다. 정선의 아우라지도 담고 싶었고. 천안의 아우내
장터, 문경새재도 담고 싶었지만 못 담아서 아쉽고 훗날을 기약한다고.



미처 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38년생 노학자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 배어있었고, 그것은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멀리서 우선
바라보아야만 하는 아린 가슴처럼 느껴졌다면 지나친 감정 표현일까?



- 다음 책으로 낼 계획 같은 것은 없는지?

""우선, 이번에 낸 책이 많은 애정을 받고 있어서 저자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마이뉴스>에 자주 들어와서 기사를 보는데 꾸며지지 않은
사실감 있고 날카로운 기사들이 비교적 많아서 좋습니다. 시민기자들이 곳곳에서 뿜어내는 살아있는 생동감도 느껴져서 좋고요. 3개월 후쯤에 <서울
길 서울 마을>이라는 책을 낼 예정입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참 궁금해 했던 서울의 땅이름과 유래만 모아서 낼 계획입니다.""



한국교통연수원에서 일주일에 이틀 강의를 하는데 강의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에게 해당하는 질문을 가지고 기다린다고 한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400~500명이라기에 속으로 짐짓 놀라며 ""나이 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나?""며 물어보니 젊은 사람들이 더 많고 택시기사가
많은데 질문을 해오는 사람도 이들이 많다고. ""유독 택시기사들이? 왜?"" 이에 대해, 손님이 원하는 장소를 가는 동안 목적지와 스치는 이름이
궁금하고 알게 된 이름으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까 그렇지 않겠나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서울의 곳곳에 대하여 물어오는 이들이 많아 우선 먼저 서울만을 다룬 책을 계획하였다고.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해와 무척
영광이며 우선 당분간은 방송출연과 강의 등으로 빼곡한 일정이지만 다음 책이 나올 즈음에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먼저
전해왔다. )저자의 홈페이지는 '이름사랑' (http://www.namelove.co.kr/)이다.



※저자와의 인터뷰는 전화로 이루어졌습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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