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종양은 악성(암)과 양성(혹)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단한 두개골 안 좁은 공간에서 생긴 종양은 악성 유무와 관계없이 똑같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또 뇌 신경다발에 발생하는 신경교종 등은 애초 양성이었다가 4~5년 뒤 악성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박관 교수는 “양성 뇌종양도 유방암이나 갑상선암 등 웬만한 암보다 치사율이 높은데다, 종양의 성질(악성 또는 양성)이 변하기도 하므로 레지던트들에겐 ‘양성도 악성처럼 치료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뇌종양의 수술·치료법은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했다. 뇌 항해장치(네비게이션시스템)를 이용한 ‘영상유도 수술’은 현대과학기술의 총체다. MRI 등 최첨단 진단장비로 종양의 위치를 3차원적으로 파악해 이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수술하는 것으로, 집도의는 정상 뇌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종양이 있는 곳까지 최단거리로 다달아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 등 방사선수술장비의 개발로 숨골이 있는 뇌간 등 까다로운 부위에 발생한 종양도 피 한방울 흘리내 않고 제거하는 ‘무혈수술’이 가능해 졌다. 감마나이프는 201개 방향에서, 사이버나이프는 1248개 방향에서 방사선을 쏘아 종양이 있는 곳에 집중되게 하는 원리다.
또 내시경 수술기법의 발달로 이젠 코나 귀, 입, 얼굴 등에 작은 구멍을 뚫어 종양을 제거할 수도 있다. 과거처럼 두개골을 열지 않고 작은 구멍만 뚫어 수술한다해서 이를 ‘열쇠구멍 수술(key-hole surge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희원교수는 “병원 시설과 의사의 경험, 수술 기술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이제 양성 뇌종양 환자는 80~90% 완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성 뇌종양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전체 뇌종양의 55% 정도가 악성(뇌암)이다. 이 중 림프선종이나 배아세포종 등은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런 뇌암은 전체의 5% 미만이다. 뇌암 환자의 95% 이상은 6개월~2년만에 대부분 사망한다. 양성 뇌종양과 달리 뇌암 치료 성적은 10년전, 20년전과 엇비슷하다.
뇌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완벽한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 종양의 경계가 분명한 양성 뇌종양과 달리, 악성 뇌종양은 정상조직과 뒤섞여 생기므로 종양 경계가 불분명하다. 또 암 세포가 미세하게나마 주위 조직을 뚫고 들어가 있어 암 세포의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다. 효과적인 항암제도 없는 상태며, 방사선 치료 효과도 그다지 좋지 않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박용구 교수는 “뇌암에 쓸 수 있는 항암제가 개발 중에 있으며, 유전자 치료나 면역요법 등도 일부 시도되고 있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다”며 “때문에 뇌암의 치료 목적은 첫째 가능한 생존기간을 늘이고, 둘째 생존해 있는 동안 삶의 질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절망적인 사실은 뇌암은 조기발견의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악의 암이라는 폐암이나 췌장암도 조기발견만 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뇌암은 생존기간이 연장될 뿐 완치를 기대하긴 힘들다. 박관 교수는 “일부 뇌암세포는 저악성(低惡性)에서 고악성(高惡性)으로 바뀌는 데 5~10년 걸리는데 조기발견하면 그만큼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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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요점정리
뇌암을 포함한 뇌종양의 발병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유전적 요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특정 가계(家系)에 빈발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이 뇌종양 발병률을 높힌다는 보고가 있으며, 태아의 신경계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발병원인을 모르므로 예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뇌종양은 종양이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소리가 잘 안들리거나, 시력이 떨어지거나, 안면 등에 마비증상이 나타나거나, 성격이 달라지거나, 간질·요실금·정신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청력이 떨어져 이비인후과 진찰을 받았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다 수년 뒤 시력이 떨어지고 마비증상까지 나타난 뒤에야 뇌종양 진단을 받는 등의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뇌종양 환자의 절반 정도는 발병 초기 다른 질환으로 오진돼 엉뚱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 양성 뇌종양도 치료시기를 놓치면 완치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으면 조기에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전문의들은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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