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유럽여행기

[스크랩] 이탈리아 여행1 - 런던 스텐스테드공항

듀크유 2005. 3. 19. 07:16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오던 이탈리아 여행이다. 사실 지난번 바르셀로나 여행은 이번 여행에 비해서 기대감이 덜하였던 것 같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대부분 그리스로마신화라는 책을 읽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 대중매체가 주는 보편화된 편익이리라... 우리세대는 그렇지 않았다. 나의 경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로마에 대한 지식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그저 막연한 콜로세움에 대한 동경이랄까? 뭐 그런거다. 신화가 주는 내용 보다는 로마제국 시대에 세계를 지배했던 중심도시로서의 로마, 모든 길은 세계로 통한다는 세계의 중심. 그런 측면에서 역사 기행에 대한 기대랄까? 파란만장한 역사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흥분되는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인터넷의 정보사냥도 무진장 했다.

월요일인 14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대학의 도시 케임브릿지를 보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부동산으로부터 월요일 아침으로 집수리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는 수 없이 14일 자정이 다 되서야 출발해야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창밖은 고요하고 깜깜했다. 이 시간에 내가 이 길을 달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따금씩 저 멀리서 뒤 따라오던 차가 쌔~앵 소리를 내며 앞지르곤 한다. 평소엔 나도 꽤나 달리는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그러고 싶질 않았다. 역사의 현장에 다가가는 엄숙한 마음이랄까? 6-70마일을 전후해 달리던 차는 히드로 공항 옆 M25를 지나쳐 달린다. 이제 30분 후면 스텐스테드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대감이 긴장감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주차장 예약을 해 놓았는데 찾아 갈지? 어떨지? 가 걱정 되어서 인가 보다. M25를 지나 M11를 한참 가다보니 곧바로 스텐스테드공항 long term주차장 안내표지가 나온다. 비교적 깔끔하게 정비된 안내표지란 생각이 든다. 넓은 주차장이 차로 가득차 보인다.

밖이 꽤나 춥다. 영국에는 오랜만에 불어 닦치는 한파다. 우린 3시경쯤 주차장 들어가서는 파킹한 채로 차에 한참이나 차내에 앉아 있었다. 너무 추운데다가 아직 비행출발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였다. 넓은 주차장을 양 옆으로 셔틀버스가 바쁘게 정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버스에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때가되면 버스는 왔다가 가곤 한다. 셔틀버스 서너 대를 보내고 나서야 우리도 버스를 잡아탔다.

셔틀버스를 탄 후 10분쯤 되니 스텐스테드공항 터미널에 도착한다. 와~우~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다. 아마 다들 우리와 같이 새벽 비행을 위해 대기중인 사람들로 보였다. 기다리는 모습들이 정말 가관이었다. 침낭을 깔고 얌전히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고, 아예 이부자리를 깔고 안방처럼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고, 의자에 기대어 반쯤 누워 있는 사람.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자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빈다. 충청도 양반인 우리도 이런데서 격식을 따질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도 양반은 양반인지라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곳을 골라서 자리를 폈다. 우선 내가 입고 있던 파커점퍼를 쭉 깔았다. 아이들도 따라한다. 넓은 천장을 가진 방이 된다. 누워서 천장을 보니 이 터미널도 새로 건축된 건물인 듯 보인다. 천장이 철재 빔으로 넓게 연결된 뼈대(?)들이 좌우로 가로 지르고 있다. 아이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뭐가 그리 신나고 좋은지... 옆 사람에게 미안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행이란 게 그런 거 아닌가?. 그렇게 두어 시간을 아이들과 도란노란 이야기 하며 보내니 참 좋다. 노숙이라. 얼마 만에 해 보는 건가.

출처 : 세즐리여행기
글쓴이 : 의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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