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일정 : 명문훼리 하선 - 버스 - 다카사키야마 야생원숭이 공원 - 바다지옥온천 - 점심 - 사소산 칼데라 - 세키야호텔
6시30분에 일어났다. 배안에서의 잠이라지만 각각 4인 1실로 배정 받아서 잠자리는 그런대로 편안했다. 배에서 나는 엔진소음도 유달리 신경 쓰이거나 그렇지 않았다. 어제 2층에 있는 대욕장에 대한 기억이 별로라서 방에서 간단히 세면만 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하선준비들이다. 우린 느긋하게 선상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배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어느덧 신모지항 도착했다. 가이드 말을 그대로 믿는 다면 억수로 운 좋은 곳이 눈앞에 보이는 신모지항이다.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원폭은 나가사키에 떨어지는데 미군의 당초 계획이 이곳 모지였기 때문이다. 당일 모지상공을 날던 원폭폭격기는 모지일 대에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투하지점을 찾지 못하고 제3의 지점이던 나가사키로 투하지점을 변경했기 때문이란다. 어찌 보면 행운의 땅이기도 하다.
8시에 맞춰 정확히 하선을 한다. 우린 하선하자마자 제일 앞줄로 줄을 섰다. 버스 앞자리 차지하기 위함이다. 첫날인 어제는 버스 뒤편에 앉다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우리 가이드는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는다. 하선 하자마자 버스에 올라 탄 우리는 8시15분 신모지항을 출발해서 2시간30분 소요된다는 아소산 칼데라 방향을 향했다.
큐슈는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절반정도의 크기이고 7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9개현이었기 때문에 큐슈(9주)라는 고유명사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큐슈지방은 일본이 봉건사회로부터 개방사회로 바뀌는 중요한 지정학적 역할을 한 지방이라고 한다.
400년 전 1,600년대 덕천가강 시대에 서양에서는 지구가 둥글다는 구형설이 대두가 되면서 배를 타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와 무역을 하면서 발전했는데 당시에는 네덜란드의 배5척이 일본을 향해서 출항을 하면 일본에 도착하는 배는 1척 정도에 불과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선원의 경우 114명이 출발했는데 일본에 도착한 사람은 고작 24명에 불과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 일본에 도착 하려면 2년이라는 긴긴 항해를 해야만 했는데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막 독립했던 시대이기 때문에 스페인 해협을 통과하면서 스페인과의 충돌이 불가피 했다고 한다. 1차적으로 스페인 주변을 지나면서 수십 명의 선원이 죽어야 했단다. 때에 따라서는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지나 인도양을 거쳐 동으로 동으로 향하는 머나먼 뱃길을 이용하기도 했고 한다. 아니면 대서양을 지나 남아메리카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는 방법도 이용했다고 한다.
정유재란을 패하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한국의 장인들과 귀족 약 1,300여명을 억류해 갔는데 현재도 도자기의 명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삼평과 심수관이 이 때 억류된 장인라고 하는데 이삼평가는 아리타지방에, 심수관가는 가고시마지방에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는 대나무가 많았다. 일본의 4대 수목은 대나무, 삼나무, 히노키(노송나무), 너도밤나무(울릉도에 많은 나무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를 일컫는다고 한다. 큐슈지방 이동중 도로가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가 대나무인데 이번 장마로 부러진 나무가 많아서 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질 않았다. 삼나무는 나라 동대사의 기둥을 밭치고 있는 굵은 나무로서 한국에는 많지 않지만 일본에는 아주 많은 수종이란다. 성경책에도 나오는 나무이기도 하고 레바논 국기의 가운데 그려져 있는 나무도 삼나무란다. 일본에는 야쿠시마 교몬스키라는 곳에 7,200년 된 삼나무가 아직도 살아 있단다.
우리나라 남한의 절반정도 크기라면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연결되어 있을 법도 한데 버스로 여행하는 길은 그리 넓지 않은 편도 2차선과 1차선으로 이어진다. 빗줄기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가이드도 신나지 않는지 조용하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더니 휴게소라고 하면서 쉬었다가 간단다. 휴게소는 관광객을 위한 여행상품도 팔고 있었는데 비 오는 날 여행의 무료함을 그나마 달래 주었다. 우리가 잠시 휴게소에 머무는 동안은 비가 오질 않는다. 다행이다.
다카사키야마 야생원숭이 공원에 도착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여행 중 비는 정말 불청객인데…….우산을 받쳐 들고 한 줄로 죽 올라가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다. 야생원숭이 공원 올라가는 길에는 2량짜리 작은 궤도열차가 있었는데 노약자를 위하여 운행하는 것이란다. 우리도 재밌을 것 같아서 타고 가기로 했다. 5분정도도 채 타지 않는 거리였지만 열차가 지나가는 길 양옆으로 야생 원숭이들이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다.
열차에서 내리니 그야말로 원숭이 천국이다. 원숭이는 여름철이 번식기란다. 암놈들은 새끼원숭이 하나씩 가슴에 매달기도 하고 등에 업기도 하고 이리저리 이동할 때도 새끼를 꼭 꿰차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재미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하루에 두 차례 한다는 먹이 주는 시간이란다. 시간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2집단의 야생원숭이 떼들이 어딘가에 있다가는 시간에 맞추어 번갈아 가며 먹이를 먹으러 내려온다고 한다.
사육사가 먹이를 이리저리 흩흐러지게 뿌려 던져 주는데 서열이 높은 원숭이는 절대로 아래 바닥에서 먹이를 주워 먹는 일이 없다고 한다. 적당이 높은 나무기둥위에서 우아하게 먹는 놈들이 서열이 높은 놈이란다. 실제로 보아도 나무토막에서 먹는 놈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보였다.
다시 버스는 약 1시간가량을 달려 바다지옥온천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냥 듣기로 바다 맡에 있는 온천을 구경하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진짜 온천하는 곳은 아니고 노천에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구경하는 정도에 불과 했다. 물을 만져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희뿌연 증기를 내뿜으며 쿨럭쿨럭 솟구치는 온천수는 그대로도 볼만은 했다. 우리가 간 곳은 유황에 의해 붉은 빛을 내는 곳과 코발트 블루색을 띠는 온천 두 곳인데 그래도 잠시나마 발을 담그었던 아시유족탕이 기억에 남는다.
가이드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휴게소를 겸하고 있는 어느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휴게소 2층에 단체손님 전용 식당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관광지를 가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휴게소겸 관광식당 같은 곳이다. 일본식 벤또도시락이다.
버스 이동 중에도 가이드는 어딘가와 계속 통화를 시도한다. 아소산의 기상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란다. 스케줄에 있지만 비가 오는 날씨라 가 봐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게 뻔한 곳이지만 모처럼의 여행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소산 분화구를 볼 수 있는 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란다. 실제로 멀쩡한 날씨라도 아소산에 올라가서는 낭패를 보는 일이 다반사란다. 워낙 아소산의 일기가 불순하기 때문이란다.
버스는 어느새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소산 칼데라로 이동중이다. 일기는 좋질 않아도 가보는 것이 낫다는 가이드의 판단이다. 칼데라는 가마솥을 뜻하는 스페인어인데 가마솥과 같이 둥근 모양이라서 그렇게 불린 단다. 아소산 칼데라는 둘레가 128km 동서로는 18km, 남북으로는 25km의 크기를 가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칼데라란다. 아소산 정상에 다다르니 아니나 다를까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하는 수 없이 정상에 있는 휴게소에서 아소산에 관한 몇 가지 관광 상품을 보고 대리 만족하는 수밖에……. 아소산에서 출토된 흙으로 빚은 머그컵을 쌍으로 샀다. 아소산사진첩도 하나 사고…….
이제 오늘 관광은 마쳤다고 한다. 가이드도 아소산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몇 번이나 토로한다. 하는 수 없다. 이제 버스는 구마모토에 있는 세키야호텔로 이동한다. 세키야호텔 주변은 당초에는 대규모 위락단지로 개발계획을 가지고 개발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의 일본 불황으로 위락관광업계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쇄락한 곳이란다. 어찌 보면 일본 침체경기의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 같아서 씁쓸하다. 90년대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던 위락시설도 이제는 다 헐리고 아예 그 흔적을 다 지워가고 있다고 한다. 세키야호텔에 도착하니 비교적 대규모 관광단지의 중심호텔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 또 중국에서 오는 단체손님을 받는 곳으로 전락 해 있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산책삼아 호텔 밖을 나오니 일본아이들이 축제준비에 한창이다. 영어를 알아듣는 아이가 거의 없다. 아마도 축제를 며칠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는 아이들인가 보다. 나름대로 일본 전통놀이를 가까이서 보는 계기가 되서 좋았다.
호텔 안에 있는 온천욕이 좋다고 한다. 가이드는 주의사항이라고 하면서 욕실에 가끔 일하는 여자가 들락거리니 가릴 것은 가리는 게 예의라고 가르쳐 준다. 탕에 있으니 정말 여자 한 명이 들어와서 물도 만져 보고 한바퀴 돌더니 나갔다가는 다시 들어오곤 한다.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하지만 아주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는 풍경이라 낮선 장면이기는 하다. 목욕탕도 너무 조용하다. 우리나라처럼 왁자지껄한 맛이 없다. 재미없어 곧바로 나와 버렸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다들 우리 방으로 모여서 시원한 삿보로 맥주로 하루의 피곤함을 풀었다.
오늘 지출경비(엔)
원숭이공원 궤도열차 100엔 5명 500엔
커피 자판기 2개 160엔
아소산 머그컵 2개 엔
아소산 사진첩 1개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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