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머스Plymouth IBIS호텔은 새로된 건물에 정돈도 잘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 했다. 여행 첫 날의 대체적인 만족도가 높아 보여서 나로서도 보람이 있는 하루였다. 여행에서의 만족감이라는 것은 참 다양하게 나타나는가 보다. 늦은 9시경에 도착 했으니 장시간의 여정에 피곤할 법도 한데 다들 잠을 쉽게 들지 못한다. 난 오늘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고 내일과 모레의 일정을 점검해 보았다.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빠듯한 일정이다. 유적지 위주로 여행일정을 잡았는데 오늘의 경험으로 보아서 의외로 곳곳의 소도시들이 볼 꺼리가 많았다. 플리머스는 유서 깊은 도시 중의 하나다. 미국의 역사는 이곳으로부터라고 해야 할까? 종교적 박해를 피해 새로운 땅으로 이동했던 청교도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된 첫 발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 터이니... 기대가 컸다. 한적한 주택가 도로 곁에 차를 주차하고 호Hoe를 찾아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높고 웅장한 성벽이 바다를 향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바로 시타델Citadel이라는 곳이다. 아직도 영국 해군기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해안가에서 바다를 향해 바라보니 좌측에 메이플라워호 스톤앤스탭스Mayflower stone & steps라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신대륙을 향한 첫 발을 디딘 곳이 아닌가 싶다. 시타델 아래의 좌측 해안을 따라 올라가니 스메튼스타워(등대)가 한눈으로 들어오고 넓은 Hoe가 언덕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아침에 비가 온 탓인지 시계가 좋질 않다. 해안에서 저 멀리 바라 다 보이는 섬의 모습이 희뿌연 하게만 보인다.
리스커드Liskeard를 지나 A390으로 접어들어 레스토멜Restomel Castle이라는 중세시대의 성을 찾았다. 14세기에 건설되었다는 성은 당시대의 부의상징이었다고 한다. 붕괴된 성곽 위에서 끝없이 바라다 보이는 넓은 농경지와 초원의 짙푸름이 봄의 냄새를 물씬 느끼게 했다. 성곽 꼭대기에서 바라다 보이는 넓은 땅과 초원은 든든한 영주의 마음이었으리라. 지금은 아이들 소풍장소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주변에 널린 개똥으로 보아서 그리 환영받고 있지는 못할 듯 싶다.
차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1시간여를 더 달려서 펄마우르Falmouth를 찾았다. 역시 펜덴니스Pendennis라는 유명한 성이 자리하고 있는 도시이다. 펄강Fal River을 사이에 두고 자매성인 성 마웨스 케슬St. Mawes Castle과 더불어 1540년에 건설되었는데 2차 세계대전까지 요새로서의 기능을 했다고 한다. 아직도 온전하게 본존되어 있는 몇 안되는 중세의 castle중 하나인데 우리가 성의 2층으로 들어가자 마자 전쟁당시 병정들의 소리와 대포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서 아이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성 내부에는 당시의 화장실 모습과 침대, 책상, 책장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좁은 계단을 통하여 오르내리다 보면 오싹하는 전율이 나곤 한다.
마라찌온Marazion을 거쳐 땅 끝 마을Land's End 까지 가는게 오늘의 종착지다. 오늘 저녁 숙소는 미리 예약이 되어 있지 못하다. 닥치는 대로 들어가서 방을 구해야 할 판이다. 마라찌온을 가니 물이 만조인데다가 이미 5시를 넘기고 말았다. 배를 타고 넘어 간들 그 유명한 성마이클마운트St. Micheal's Mount를 보지 못한다. 결국 부인네들의 강력한 요구로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땅 끝 마을로 향했다.
우리가 땅 끝 마을Land's End에 들어선 시각은 저녁노을을 보기에 딱 좋은 저녁 7시경이었는데 날씨가 협조를 해 주지 않았다. 바다 앞 1마일정도가 희뿌연 허니 도저히 붉게 넘어가는 대서양의 석양과 검붉은 노을을 기대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땅 끝까지 밀리고 밀린 육지의 완강한 저항이라도 있은 듯 형성된 커다란 낭떠러지와 기암절벽은 땅 끝이라고 하게에 충분했다. 기암절벽 아래로 깎아 만든 듯한 검고 큰 바위섬들이 군데군데서 우릴 반겼다. 모모께서 해안을 끼고 넓게 분포되어 있는 시커먼 유적지(?)를 발견하고는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이 근방에 유명한 그 고대의 유적지다”라고 해서 다가간 우리는 그만 읍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유적지 발굴 현장 같은 곳으로 착각하고 다가간 곳이 다름 아닌 돼지농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린 철기(?)시대의 돼지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놈들을 철기시대 돼지라 명명하기로 했다. 기왕에 늦었으므로 내일 가기로 되어 있는 곳인 성아이브스St.Ives에 여장을 풀기로 했다. 밤에 도착한 낯선 성아이브스는 우릴 무척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좁은 일방통행 도로에 다가 오르락내리락 정말 정신없이 미로를 헤메다가 St.Ives호텔이라는 곳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방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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