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유럽여행기

그리스, 이집트 여행기 1일차 - 여기가 그리스 신화의 현장 아테네, 올림픽도 그렇고...

듀크유 2005. 6. 10. 20:29
 

<1일차 2005년 5월 25일 수요일>


본머스에서 런던까지 1파운드에 갈 수 있는 메가버스Megabus라는 게 있다. 남들은 잘도 이용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한번도 이용해 보지 못했다. 정류장도 우리집에서 가까운 본머스대학교 정문이다. 걸어서 5분이면 가는 곳이다. 1파운드에 가기 위해서는 보통 1개월 전에 예약을 하는데 난 1개월에서 며칠이 지난 뒤에 예약을 했다. 가는 것(7시 출발에 10시 10분 런던 중심부 도착) 3파운드, 오는 것(18시30분 출발 본머스 21시20분 도착)은 1파운드 그래서 4명 왕복 16파운드에 예약했다. 예약당시에는 런던 시내 교통체증만 없다면 비행기 출발시각(12시20분 출발)에 충분히 도착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여행 출발 2일 앞두고 발생했다. 걱정 많은 여자의 걱정은 이젠 아예 늦어진다는 결론으로 굳어진다.  나는 약간의 모험이 여행의 묘미란 생각이지만 하는 수 없이 내셔널 익스프레스(일명 ‘코치’로 불린다)를 2중으로 예약하는 수 밖에... 거금 히드로공항에서 본머스까지 왕복 76.5파운드를 들였다. 이 돈이면 차를 공항에 가져가서 1주일 정도 파킹해도 될 만한 금액이다. 하지만 2주일간의 여행이다 보니 파킹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버스를 타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침 7시 45분 버스를 타기 위해 우리 집에 사는 터키쉬인 바흐리에가 자기 차로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었다. 바흐리에도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에 네델란드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우리집에 사는 사람 모두가 여행 바람이다. 린다라는 중국여학생은 일시 귀국중이고, 주현, 윤정 학생은 25일부터, 원수학생은 26일부터 여행이다. 집주인이 만날 여행만 다녀서 그런가?

 

신 새벽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영호학생을 배웅하기 위해 교회 담임목사가 나와 있었다. 아마 새벽 예배를 마치고 곧바로 나온 듯싶다. 젊은 나이에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 믿음이 크지 못한 나로서는 내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하게 생각되는 목회자다.

 

버스는 정확히 2시간 만에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 영호학생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헤어졌다. 본머스에도 학생들이 수도 없이 왔다가는 간다. 돌아가는 학생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영국을 어학연수지로 선택한 것에 만족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는 영국이라는 곳이 영어공부 외에도 여러 가지를 경험 해 볼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곳이란 생각이다.

 

메가버스 예약 해 놓은 것이 아쉽지만 정말 런던시내의 교통상황은 모르는 것이기에... 아무튼 비행기 탑승 2시간도 전에 공항에 도착했으니 뭐 별달리 할 일도 없고... 일찌감치 체크인도 하고 공항주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히드로공항은 세계 3위권의 물류와 승객의 처리를 담당하는 공항이다. 그러나 어디를 보나 세계 일류공항이라는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는 공항이다. 좁고 낡은 시설에 낮은 천장, 어두컴컴한 조명들...

 

올림픽 에어라인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우선 탑승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는 또 제일 먼저 비행기에 탑승했다. 은솔은 비행기에 먼저 타는 것을 무척 좋아 한다. 라이언에어와는 달리 올림픽에어라인은 할인항공사가 아닌 일반항공사다. 탑승권 가격은 역시 성수기와 비성수기, 예약시기에 따라 다른데 우리는 1,400파운드에 4명 런던-아테네-카이로 왕복권으로 스타트래불이라는 여행사를 통해 구입했다. 기내식도 나오고 음료수도 나온다. 오랜만의 기내식에 아이들도 좋아한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니 히드로공항에 비해서 공항이 넓고 깨끗해서 좋다. 그래도 인천공항이 비해서 고급스런 분위기는 떨어지지만... 유럽지역에서 이만한 공항이면 꽤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이다.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중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가이드책자에 나와 있는 버스넘버와 실제버스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노선별 버스넘버는 같은데 넘버 앞에 E95자가 아니고 X95자로 바뀌었단다. 공항터미널안에서 버스 다니는 바깥으로 나오면 터미널건물 중앙쯤 여행안내소가 있는데 예쁜 아가씨가 상냥하게 안내 해 준다.

 

버스를 타고 아테네 시내로 들어오는 거리와 주변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여느 도시의 모습과 흡사하다. 유럽의 어느 지역을 가도 영국만큼 녹지와 조경이 잘 되어 있는 도시는 없는 것 같다. 아테네로 들어가는 메인도로 옆의 건물들 역시 빼곡하니 다닥다닥 붙은 상점의 모습이다.

 

버스는 신타그마 광장의 왼편 공항버스 전용주차장에서 멈추었고 우리는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광장 밑의 지하철 역사 매표소에서 24시간 티켓을 절반으로 할인된 가격에 샀다. 그동안 별달리 효력을 보지 못하던 국제학생증의 위력을 바로 체험하는 기쁨이 있었다. 아테네는 24시간권 티켓 한 장이면 택시를 제외한 모든 교통수단을 개시시간부터 24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은 깨끗하고 지하철 역사의 동선도 좋았다.

 

오모니아 광장역에서 빠져나와 아리스토텔레스 호텔을 찾았다. 신타그마광장 주변의 숙소가 아테네를 여행하기는 좋지만 우린 내일 곧바로 크레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오모니아광장 인근에 있는 국립고고학 박물관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영국은 9시 반까지 해가 있는데 비해 이곳은 지중해 지방이라 그런지 위도가 낮아서 7시경이 되니 저녁 분위기가 난다. 친절한 어느 현지 아저씨가 끝까지 주변에서 도움을 주며 우리를 호텔로 안내 해 주었다. 호텔 안내를 맡고 있는 아저씨 같은 할아버지가 무척 인상이 좋다. 친절하고...

 

저녁은 여행의 초기 이므로 미리 준비해 온 언 밥을 녹여가면서 먹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아직도 녹지 않았다. 미경이 1층 안내 할아버지에게서 뜨거운 물을 얻어다가 컵라면에 넣어서 먹으니 따땃허니 좋다.

 

우린 영국에서 출발 전 일정이 확정된 주요 거점에는 숙소를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놓았다. Hostelsworld.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이 사이트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고객들의 평가에 의해 호텔의 질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다소 정보에 약한 우리가 이용하기에는 좋은 사이트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숙박비의 값도 일반으로 예약하는 것과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경우가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침식사가 포함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인터넷 예약자는 거의 공짜 수준이다. 우리가 묵은 방의 경우 일반 예약비용이 115유로라고 하는데 우린 절반정도인 50유로에 묵고 있다. 아침식사 포함에...

 

이영표, 박지성이 뛰고 있는 아인트호벤 결승에 올라 왔다면 더 좋았을 것을... 오늘밤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는 날이다. 이탈리아의 AC 밀란과 영국의 리버풀의 경기이다. 결승전은 그리스 이웃나라인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다. 비록 텔레비전으로 못 알아 듣는 언어로 보고 있지만 이스탄불 인근에서 본다는 기분에 현장감이 더한 게 사실이다. 결과는 3 : 3 우리 아이들 응원대로 영국의 리버풀이 2:4 승부차기 승을 거두었다.

 

우리 아이들은 쌔액쌔액 잘도 잔다. 영국과 시차는 2시간, 영국보다 2시간 먼저 간다. 한국이 9시간 먼저 가듯이... 동쪽이라 그렇다. 지금 이곳의 시간이 1시경이니까. 영국시간으로는 12시가 되지 않은 시간이다. 보통 영국에서는 11시를 넘겨서야 잠자리 들까 말까 했는데... 오늘은 축구가 끝나자 골아 떨어진다. 버스타고 비행기 타고 온 것 말고는 그리 힘든 여정은 없었다.

 

내일은 크레타행 배편도 확인하고, 고대 아테네의 숨결을 느껴 보게 되겠지...

 

 

오늘 지출경비(유로)

- 공항에서 시내 X95공항버스 2.90 * 3명(다현은 공짜)

- 24시간 티켓 2.90*3명

- 호텔 잔금 40.50

- 음료 등 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