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여행하는 그 나라의 인사말 정도는 알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하루이틀을 머물면서 그 나라 인사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더군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갔는데 도착하는 날 평소 비싸다는 이유로 이용하지 않던 대형밴형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에 있는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지마자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말로는 더 좋은 곳이라고 하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옮기는데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여기서 할말 참 많거든요. 하지만 참을 랍니다. 숙소를 안내하는 청년이 서툴기는 했지만 밉지는 않았거든요. 본인이 실수를 했지만 해결하는 과정 중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여행을 하다 보면 대충 그냥 넘어가는 것도 있어야 하거든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뭐 그런거라 해 두지요. 어쨓든 방값을 받아 쥐고는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등을 돌리고 가는 그 청년에게 내가 “구수놈”이라고 하니까 머쓱해 하더라고요. 미안하기는 한가 보더라고요. 하지만 난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저는 가능하면 감사의 표현과 간단한 인사 정도는 그 나라 언어를 쓰려고 노력했지요. 비행기 타고 런던에서 부다페스트 오는 동안 ‘구수놈‘이라는 인사말을 배웠지요. ’Thank you‘라는 헝가리식 표현이랍니다.
바이다 후냐드 성을 내려와 유럽의 야경 중에 야경이라는 도나우 강변의 부다페스트 야경을 볼 수 있는 겔레르트언덕과 시타데라 요새 가는 방법을 엘리자베드 다리 앞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묻든데 UN에서 근무한다는 젊은 친구가 정말 너무 친절히 안내해 주더군요. 버스와 트램을 바꿔 타 가며 가는 방법을 알려 주더군요. ‘참 친절한 젊은이다’라는 생각에 ‘구수놈’이라는 감사의 표현을 저는 연발했고 이 친구도 아주 보람 있어 하더라구요. 늘 그렇듯 너무 고마워서 서로 이메일 주소도 주고받고 아쉽게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 서는 그 친구에게 갑자기 제가 “구린 놈”이라고 해 버린 겁니다. 그 친구가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했으니 다행이지 저는 정말 부끄럽더라고요.
‘구수 놈’이란 간단한 단어가 정말 실제 쓰려고 하면 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연상기법을 동원해서 저는 우선 ‘구린 놈’이라고 암기를 해서 기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반사적으로 “구린 놈” 이라고 그대로 뱉어 버린 거랍니다.
시타데라 요새를 내려오니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되어 버렸더군요. 저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5살 가량 되어 보이는 손녀의 손을 붙잡고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타는 곳을 물었습니다. 역시 정말 친절하게 안내를 열심히 해 주더군요. 저는 하도 고마워서 '구수 놈'이라고 한다는 것이 이번에는 “베린 놈”이라고 해 버렸습니다. 내가 왜 ‘베린 놈’이라는 단어를 갑자기 생각 해 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의 ‘베린 놈’ 인사말에 끝내는 학을 띠더라고요. 나! 원! 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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